Q1. 우선 Rise/Sunbreak에서 야마시타 씨가 담당하셨던 업무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A1. 시나리오를 비롯해서 몬스터 등장 이벤트 시의 대사나 NPC들의 대화, 작사, 설명문 등 글자와 관련된 업무 전반을 담당하거나 감수했습니다.
그리고 Sunbreak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단편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죠.
Q2. Rise/Sunbreak의 스토리에서 각각의 테마나 방침을 알려 주세요. 또 두 작품에 공통된 요소가 있다면 그것도 듣고 싶습니다.
A2. Rise의 테마는 ‘계승’입니다.
백룡야행이라는 재앙에 맞서는 카무라 마을 사람들 중에는 50년 전의 재앙에 고통받았던 촌장 후겐의 세대, 그리고 이번에 맞서는 주인공 ‘맹렬한 불꽃’의 현역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맡을 요모기나 이오리와 같은 어린이들이 있어요.
불꽃처럼 강하게 살고, 자신의 혼을 다음 세대에 맡기는 것. 그것을 맡은 사람들도 또한 그 불꽃을 이어받아 마음을 불태우고, 삶과 혼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기 위해 살아가는… 그런 정신이 바로 카무라 마을의 결속과 힘의 근간이기도 합니다. 이 테마는 엔딩곡인 ‘Beacon of Peace’의 가사에 집약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계승’이라는 테마는 이부시마키히코와 나루하타타히메가 만나 자손을 남기며 천지를 지배하려는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들 또한 피를 잇는 자손을 남겨 번영을 이루기 위해 움직여 왔다는 것. 그것이 결과적으로 백룡야행을 일으키고 말았죠.
어느 쪽이 명확한 악이라고 할 수도 없고, 매우 가혹한 이야기지만 관점을 바꾸면 Monster Hunter의 이야기의 뿌리에 있는 것은 ‘인간과 몬스터의 생존 경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라고 봅니다.
한편 Sunbreak에서는 작중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테마가 키워드입니다.
카무라 마을을 구한 주인공이 ‘가족’들의 배웅을 받고 다음으로 향하는 관측 거점 엘가도.
일어나는 이변들 때문에 왕국이라는 ‘돌아가야 할 곳’을 잃지 않기 위해 피오레네를 비롯한 엘가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죠.
그들과 만나 ‘팀’으로서 함께 역경을 극하는 가운데, 엘가도는 주인공에게 ‘또 하나의 돌아가야 할 곳’이 되어 가는…
그런 이야기가 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또한 Rise와 마찬가지로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키워드는 몬스터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테마입니다.
왕국에 일어난 이변의 원흉이면서 인간에게도 몬스터에게도 위협을 일으킨 교생충 큐리아.
하지만 큐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언제 돌아갈 수 있는가’와 같은 불안이 있었겠죠.
그런 불안을 품은 채 계속 방황하는, 마치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 같은 큐리아. 그들의 삶 또한 테마를 이루는 큰 요소였어요.
그리고 결정타인 ‘원초를 새기는 멜-제나’. 이 ‘돌아가야 할 곳’을 테마로 하는 Sunbreak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몬스터입니다.
큐리아를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자로 여기고 제거하기 위해 나타난 존재. 이 원초를 새기는 멜-제나에 대해 왕국을 지키는 피오레네가 내린 결단은, 우선 최대의 위협인 큐리아로부터 ‘돌아가야 할 곳’, 즉 왕국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Q3. Monster Hunter 시리즈 신작을 제작하며 특별히 의식한 부분이 있나요?
A3. 의식했다기보다는 처음으로 도전했던 일이 ‘모든 캐릭터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이었습니다.
헌팅 액션으로서의 Monster Hunter 시리즈에서 원래 캐릭터는 직책으로 불려 왔죠. (일단 설정상 이름은 있었지만)
하지만 Rise가 ‘백룡야행이라는 재앙에 맞서는 마을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모두가 힘을 합쳐 가족처럼 서로를 지지하겠다는 상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되면 직책만으로 부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디렉터와 거듭된 상의 끝에 직책+이름으로 진행하게 됐죠.
그와 동시에 주인공을 지금까지처럼 ‘마을 밖에서 온 헌터’가 아니라 ‘재앙을 겪는 마을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각 캐릭터에게 이름을 붙인 이유와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재앙에 함께 맞서 싸우며 일심동체로 버티는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설정이 더 낫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리고 신작이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를 쓰면서 의식한 것은 ‘빛과 어둠’을 가능한 한 제대로 묘사하고자 한 부분이에요.
즉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실패자’나 ‘위협을 이겨내지 못한 자’, ‘지키지 못한 것’과 같은 이야기가 들어가는 겁니다.
주인공은 쓰러지면 끝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위기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구한 영웅으로서 칭송받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빛’이 존재하는 한편으로 반드시 ‘그림자’도 있었겠죠. 그런 부분을 제대로 묘사하면 Monster Hunter의 세계, 즉 가혹한 생존 경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서 깊이가 있어지겠구나 하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물론 너무 현실적으로 쓰면 지금까지 다져 왔던 몬헌의 세계관이 망가질 테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능한 한’이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Rise의 경우, 우선 50년 전에 마을이 궤멸 직전까지 갔던 것은 마가이마가도의 난입이라는 사고가 있기는 했어도, 당시 최전선에 있었던 촌장 후겐 일행의 작전 실수도 결코 작은 요인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밖에도 집회소에 있는 상위 헌터 아야메의 이야기, 요모기와 카게로의 고향을 덮친 비극. 그리고 Sunbreak에서는 기사도 정신의 최고의 미덕은 자기 희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오레네의 실패, 제독 갈레아스의 고향 멸망 등.
모두 주인공이 영웅의 길을 걸어 나갈 때 존재했던 ‘그림자’겠죠.
이들을 묘사함으로써 이야기가 더욱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의 새로운 요소로는 몬스터 등장 이벤트가 있죠.
Rise에서는 비파 연주자의 내레이션, Sunbreak에서는 피오레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입니다.
먼저 몬스터의 컨셉을 토대로 연출이 결정되고 영상이 완성된 다음에 대사를 쓰기 때문에, 무조건 영상 길이와 컨셉에 맞춰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단어를 선정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성취감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처음 만든 건 아케노시름 등장 이벤트였는데, 완성되었을 때는 등장 이벤트뿐 아니라 Rise에서 구축해야 할 세계관 그 자체가 보이더라고요. 정말 큰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말을 하는’ 요소.
첫 홍보 영상에서 주인공이 말을 했을 때 놀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디폴트로 20명. 그리고 추가로 20명 이상… 어쨌든 대사 종류를 압축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마을이나 거점의 캐릭터 음성은 스토리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능하기도 했기 때문에 제법 신이 나서 쓰기도 했어요. 특히 우츠시 교관, 바하리, 제이는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썼습니다.
우츠시 교관의 경우 안 되면 말자는 생각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긴 대사를 제출했는데, 채택되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 노래입니다.
특히 Rise에서는 노래가 중요한 요소로 존재합니다. 참고로 게임 속에서는 몬헌어가 쓰이는 곳도 원래는 일본어로 가사를 만들었어요. 설정에 맞는 가사를 제대로 썼기 때문에 세계관을 더욱 깊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사운드 트랙 등으로 꼭 들어 주시면 좋겠네요.
제가 작사를 한 건 제법 옛날에 시나리오를 담당한 ‘ Mega Man Star Force 3’라는 닌텐도 DS용 게임으로, 아이돌인 여주인공이 라이브에서 노래하는 장면 이후로 처음이었습니다. 그때는 용량 문제로 노랫소리를 넣을 수가 없어서 곡에 맞춰 텍스트를 출력시키는 걸로 끝냈죠. 그래서 이번에 제가 쓴 가사를 유명한 아티스트분들이 불러 주신 것은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었습니다.
Q4. 스토리는 게임 제작의 어느 단계에서 결정되나요?
A4. 게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번 Rise와 Sunbreak에서는 큰 틀의 세계관이나 캐릭터 구상을 디렉터한테 받아서 진행했거든요. Rise는 ‘일본풍’과 ‘요괴 모티브’, Sunbreak는 ‘서양풍’과 ‘서양 요괴 모티브’처럼… 그것을 여러 부서와 상의하며 스토리의 대략적인 흐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동반자 가루크, 백룡야행, 맹우, 큐리아와 같은 게임의 핵심을 이루는 아이디어와 함께 등장하는 몬스터를 정하고, 이쯤부터 이야기의 뼈대를 짜기 시작합니다. 줄거리나 플롯 같은 게 해당되고요.
캐릭터 설정을 발전시켜 상세히 짜는 작업도 이쯤에서 이루어지죠.
그리고 ‘어느 몬스터를 어떤 순서로 등장시킬지’, ‘일단락이 되는 긴급 퀘스트는 어디서 어떤 몬스터로 진행할지’ 같은 퀘스트 목록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스토리 진행표를 작성합니다.
플롯에서 한 단계 발전해서 ‘여기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이 캐릭터가 등장해서 구해 준다’ 또는 ‘여기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 습격한 메인 몬스터로부터 도망친다’ 같은 이야기의 흐름을 퀘스트 목록에 맞춰서 짜 나가는 거죠.
그렇게 진행표가 어느 정도 확정된 단계에서 시나리오 제작에 반영합니다.
제작 순서를 따지자면 복잡하지만, 게임 시나리오는 게임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에 맞춰서 유연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몬헌은 어디까지나 수렵을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 수렵을 더욱 즐겁게 만들 요소 중 하나가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토리 진행상 이 부분을 꼭 바꿔 줘야겠다’는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교적 드문 패턴이에요.
Q5. Rise/Sunbreak에서는 과거의 시리즈 작품에 등장한 몬스터도 나오는데요, 등장하는 몬스터에 따라 스토리 내용이 결정되거나 변화하기도 하나요?
A5. Q4에서 말씀드린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등장하는 몬스터에 따라 스토리가 결정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Sunbreak에서는 피오레네가 쓰러져서 도중에 이탈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피오레네가 쓰러진 다음 타도리가 만든 약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럼 그 약을 어떻게 만드느냐? 그 부분은 미정입니다.
하지만 퀘스트 목록에서 그 뒤에 ‘에스피나스’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럼 피오레네의 치료약은 에스피나스의 소재로 만드는 스토리를 짜자’, ‘에스피나스는 독 요소가 강하니까 독으로 독을 다스리는 이야기로 가자’처럼 진행되는 거죠.
Q6. Rise/Sunbreak에서는 과거의 시리즈 작품에 등장한 몬스터도 나오는데요, 등장하는 몬스터에 따라 스토리 내용이 결정되거나 변화하기도 하나요?
A6. 조금 복잡한 이야기인데, Rise의 캐릭터 설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찻집의 씩씩한 마스코트’이기만 했던 요모기에게 뭔가 하나가 더 있었으면 하게 됐죠.
그때 카무라 마을 출신이 아니라는 설정이 추가됐고, 그럼 어디 출신이냐?
카무라 마을과 같은 문화권의 ‘나라’가 있었고 그곳은 이미 멸망했으며, 요모기는 그 나라의 공주였다는 설정이 됐습니다.
동시에 ‘과거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는 카게로의 설정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정말로 수수께끼밖에 없었던 카게로의 과거를 ‘요모기를 고국에서 구출해서 마을로 데려온 가신’으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는 게임 내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낼지는 결정되지 않았고, 또 고룡이 아마츠마가츠치라는 것까지는 확정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서브 설정이라고 거기서 설정을 멈추면 말을 걸었을 때의 잡담 등에서 과거를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을 했을 때 어딘가에서 안 맞는 부분이 생겨서 사고로 이어집니다.
이런 서브적인 설정일수록 더욱 세부까지 확실히 만들어 두는 거죠. 그러면 사고도 막을 수 있고, 캐릭터의 윤곽이 확실히 보이면서 매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요모기와 카게로의 과거도 자세히 만들어 뒀던 겁니다.
그 결과 Sunbreak에서 요모기와 카게로의 에피소드를 전달해 드릴 수 있게 된 건 오랫동안 Rise/Sunbreak를 사랑해 주시고 플레이해 주신 유저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Q7. 마지막으로 유저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7. Monster Hunter Rise, Monster Hunter Rise: Sunbreak의 스토리는 즐거우셨나요?
제작을 끝까지 완료하기 위한 가장 큰 동력은 여러분이 다양한 형태로 보내 주신 캐릭터와 스토리에 관한 애정이었습니다. 트위터에 소설을 쓰게 된 것도 그런 여러분이 더욱 즐겨 주셨으면, 동력을 제공해 주신 데에 감사를 드릴 방법이 있었으면 하고 시작했던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맹렬한 불꽃’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헌터의 길은 아직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이야기의 막이 열릴 때까지 계속해서 카무라 마을와 관측 거점 엘가도로 놀러 와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기염만장!
시바타의 한마디:
야마시타 씨, 감사합니다!
Rise/Sunbreak의 두 작품의 스토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알찬 인터뷰였네요! Rise에서의 새로운 도전으로(Q3) 캐릭터에게 이름이 붙은 점을 말씀해 주셨는데, 저도 Rise를 알게 되고부터 무척 인상 깊게 생각했던 부분으로, 게임을 하면서 직책과 이름의 관계, 이름의 유래는 무엇일까를 고찰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개성 만점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생긴 분들도 많으시겠죠?
Rise 발매 전부터 2년 이상 이어진 본 인터뷰 기획은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개발 현장의 스태프들의 생각이나 제작 비화 등을 소개함으로써 하나의 게임 작품을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인데, 어떠셨나요? 하나라도 흥미나 관심을 가져 주실 만한 기사가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Monster Hunter Rise, Sunbreak, 그리고 Monster Hunter 시리즈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